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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아재 셋, '부자 여행'

작년 12월, 제주 여행을 갔던 아재 셋이 다시 뭉쳤다.
(해당 글 보기: 아재 '셋', 제주여행)

콘셉트는 아들과 함께한 '3부자의 겨울 여행.' 방학 때 집에 방치되다시피한 아들을 그냥 둘 수 없다는 친구 환스의 여행 제안 덕이었다.

"우리 아들들도 마찬가지야. 콜~"

아들 가진 세 친구의 급공감! 세 친구 카톡방에 여행 제의가 올라왔을 때만해도 우리의 생각은 해외였다. 국민적 비난을 각오하고라도 일본 본토나 대마도를 생각했던 데는 이유가 있다. '안가고 안사기'로 이미 확실히 승기를 굳힌 한-일 갈등의 현장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족하지만 나의 한국사 지식(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을 총동원해서 일본과의 근대사를 들려주면서 말이다.

그런데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해외는 도저히 불가. 국내여행으로 결정했다. 일요일을 낀 2박 3일의 평일 투어.

"멀지 않은 곳에서 잘 쉬고 잘 먹고 오자~."

일요일, 교회 일정을 거쳐야 하는 우리에게 부담 없는 곳으로 충청도가 제격이었다. 겨울에 아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것은 '물놀이'가 압권 아닌가. (우리 친구들 아들들은 썰매나 스키 같은 겨울 스포츠를 안 좋아함) 어디 가자고 하면 시큰둥하며 스마트 폰만 붙들고 있는 아들들이 쾌히 반응을 보였다!

"아빠, 어디서 물놀이 할 건데?"


첫 날
충남 예산 '스플라스 리솜 리조트'

충남 예산에 있는 온천 워터파크 '스플라스 리솜'(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 온천단지3로 45-7) 리조트. 우리 집 아들 둘과 진스 아들 둘, 그리고 환스 아들 하나 포함해 모두 8명이 충남 예산으로 달려 리조트에 짐을 풀었다. 어릴 적부터 한 교회에서 함께 보고 자란 아들들은 이내 쉽게 어울렸다. 초등학교 5학년 동생부터 고1 형아까지 나이 차는 좀 나긴 했지만 금세 예전처럼 친해졌다. 고기로 저녁을 든든히 먹은 터라 아이들은 각자 스마트폰을 들고 방바닥에 뒹굴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와서도 스마트폰? 얘들아. 윷놀이 한 판 하자."

지난 설 명절에 윷놀이로 가족 화목에 대박을 맛 본 목사 친구 진스가 윷을 꺼냈다. 아빠팀 대 아들팀으로 나눠 숙소 청소를 걸고 윷놀이를 시작, 이내 승부욕으로 리조트 거실이 후끈 달아올랐다. 친구 환스의 연속 여섯 윷에 모두가 자지러졌고 그걸 뒤엎은 아들팀의 연속 세 윷에 쓰러져 웃었다. 아들과 아버지의 격을 허문 윷놀이는 부자 여행에서 강추할 만한 대박 놀이였다. 덕분에 분위기 한껏 업~!

드디어 아이들이 기대했던 물놀이. 환스의 전매특허 '짜빠구리'로 아침을 먹고 숙소 워터파크로 내려갔다. 아이들 걸음이 날아간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안내 직원이 손님들의 체온을 일일이 측정. 드디어 워터파크 입장. 월요일이라 무지 한가했다. 거의 휑한 지경.^^ 한 겨울 평일임에도 스플라스 리솜은 파도풀과 슬라이드를 모두 정상 운영했다. 날이 꽤나 추워져서 물 밖에 서 있기가 어려웠다. 따닷한 물속에서 머리만 내밀고 물놀이를 즐긴다. 잠시 이를 악물고 올라가 타는 슬라이드도 재미가 짱이었다. 어른들도 이리 재미나는데 아이들은 말할 나위가 없었다.

스플라스 리솜의 압권은 파도풀이었다. 슬라이드와 한 시간씩 번갈아 운영되는 파도풀은 파도가 정말 제대로 쳤다. 여기처럼 파도가 찰지게, 파워 있게 쳐주는 데가 또 있을까? 파도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쾌감은 정녕 짱이었다~! 아들들은 물론, 아빠들도 소리를 질렀다. 아니 지를 수가 없었다. 파도가 맞부딪치는 곳을 아이들은 '양강'이라고 부르며 그 지점을 유독 좋아했다. 꼭 조끼를 착용하고 튜브 속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파도가 재미지게, 강력하게 쳤다.

너무 놀다보니 체력이 저하되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슬슬 잠이…. 아재 셋은 잠시 잠을 청했다. 재밌는 건 고1이 되는 우리 장남도 아재처럼 잠을 자네?

개운하게 잠을 자고 난 후 목사 친구 진스가 내 아들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해준다. 이성 친구에 대한 짧은 훈화^^. 요약하면 아무리 좋아도 주의해서, 지킬 것은 지켜가면서 교제하라는 게 요지다. 내가 해 줘야 할 얘기를 친구가 대신하고 있었다. 여하튼 부자 여행이 주는 유익일 것이다.

신나게 놀다보니 어느새 저녁식사를 할 때가 되었다. 씻고 나와 리조트 바로 앞 고기 집으로 향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 저녁도 고기.^^ 무조건 잘 먹자니까~.

신나게 먹고 즐거운 하루를 마무리했다. 목사인 친구 진스는 아들 둘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 집 아들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우리도 귀가하는 것으로 입을 맞췄다.

"정말 재밌었어! 나중에 다시 와야겠는데."

목사 친구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와 환스 친구와 아들들은 부자여행 3일차를 위해 차에 올랐다. 이번엔 50분 거리의 보령으로 go go~.


둘째 날
보령, 대천해수욕장

"아빠, 여기 꼭 평양 같아요."

친구 차에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본 탓인지, 두 번째 숙소인 한화리조트 대천 파로스(충남 보령시 해수욕장3길 11-10)가 평양의 호텔처럼 보였나 보다. 내가 봐도 왠지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북한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ㅍㅍ

'아재 셋 제주' 편에서 틈만 나면 회사 일을 하던 '이사' 환스는 여행 중에도 일을 계속 했다. 그래서 환스에게 여행 중 노트북은 필수다. 급히 LED 견적서를 보내더니만, 이번엔 자신이 직접 만든 가스펠까지 만진다. 출석 중인 교회의 요청으로 주제 가스펠을 만들었다나. 참 대단하다. 노래까지 창작해서 만들다니.

"한 번 들어봐."

침대에 누워 잔잔히 흐르는 친구의 자작곡 가스펠을 들었다. 편안한 멜로디. 노곤했다. 그 음악을 들으며 가족들 건강, 아이들 진로와 입시, 앞으로 먹고 살 방법 등등 사는 얘기를 나눴다.

다음 날 늘어지게 늦잠을 우리들은 대천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아점 메뉴는 '회.' 바다에 왔는데 회를 안 먹을 수 있나? 대천바다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머드광장횟집'(충남 보령시 해수욕장10길 6 2층)에서 중자 회와 '물회'를 주문했다. 그 유명한 보령의 머드축제가 열리는 바로 그 장소에 위치한 탓인지 중자 회가격(15만원)이 조금 비싼 감이 있었지만, 다양하고 맛있는 코스로 과식을 하게 만들었다.

배를 든든히 채운 후 우리는 해변 스포츠를 맛보러 갔다. 대천해수욕장에는 놀거리가 꽤 있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세 가지. 짚트랙(보령시 신흑동 2208-2), 스카이 바이크(보령시 해수욕장10길 75), 그리고 카트(보령시 해수욕장10길 79)다. 최소 50미터는 되어 보이는 짚트랙 전망대에 아이들이 살짝 겁을 먹었는지 그리 마음이 동하지 않는 눈치였다.

짚트랙의 위용. 생각보다 높아 아찔한 기분이 든다.

"안 내켜? 그래, 스카이 바이크 타자."

강촌, 제천 등지에 있는 레일바이크다. 다른 점은 탁 트인 멋진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 두 대를 빌려 타고 출발.

탁~ 트인 서해바다.

풍광은 진정 기가 막혔다. 신선 놀음이 따로 없다고나 할까. 살짝 기온이 내려간 날씨였지만, 불어오는 해풍이 상쾌했다. '서해안에 이렇게 푸른 바다가 있다니!' 동해와 같은 장대한 푸른 바다 풍경이 펼쳐졌다. 대천해수욕장의 스카이바이크는 오르막길에서는 자동으로 바이크가 움직여서 승객의 힘을 덜어 준다. 따라서 힘이 없는 노약자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왕복 시간 40여 분 만에 충분히 바다의 진풍경을 온 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아들들도 페달을 밟으면서 핸드폰으로 바다 풍경을 찍곤 했다.

오르막길에서 스카이 바이크는 자동으로 이동한다.
스카이 바이크의 터닝포인트. 여기에서 기계로 자동 유턴~을 해서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탁 트인 대천해수욕장 전경.
짚트랙 이용자들. 연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은 짚트랙이었다.

실컷 바다 바람 맞은 후 우리는 바로 옆 '카트' 장소로 이동했다. 신나는 드라이빙 타임. 5명 각자가 카트를 운전하기로 했다. (묵었던 평양틱(!) 한화리조트에서 구매하면 10% 할인이 된다)

"이 어린이는 운전이 안 되겠는데요. 같이 타셔야겠어요."

우리 둘째 아들의 키가 분명 150cm가 넘는데 무신 소리? 비록 카트의 핸들이 무척 빡빡하고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 페달이 멀지만 난 그래도 우리 아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아들, 살살 도전해봐. 아빠가 뒤에서 봐줄게."

침착하게 카트를 모는 둘째 아들.
여유 있는 큰 아들의 라이딩.
형제가 사이좋게 달린다...

이윽고 오토바이 같은 엔진음을 내며 다섯 대의 카트가 출발했다. 물론 나의 둘째 아들도 성공적으로 달렸다. 살살, 침착하게 카트를 모는 아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예뻤다. 무엇보다 이런 여행지 놀이터에서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아 아빠로서 흐뭇했다. 그래서 그 순간을 남기려 카트를 몰며 몸을 돌려 사진을 찍었다.

신나는 라이딩 후 놀이 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흥나게 시간을 보낸 곳은 대천해수욕장과 머드 축제의 중심지였다.

온 김에 '무료'인 보령머드박물관(충남 보령시 대해로 897-15)에 들어가 구경을 했다. 훑어보니 이건 뭐 국제 축제였네. 보령이라는 촌에서 대박이 났더라. 외국인 관광객이 훨씬 많았다. 외국인들은 왜 이렇게 진흙에 환장을 할까? 머드의 효능과 장점 보다는 머드를 뒤집어쓰고 자빠지고 엎어지는 식의 놀이 문화를 좋아하는 거 같다. 2022년에는 세계 머드 축제를 준비한다고 벌써 현수막이 여기저기 나부끼고 있었다. 세계의 핵심 축제로 자리매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아무튼 2년 후 이 곳은 머드로 더더욱 쌩 난장판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스카이 바이크, 카트 승차 후 아이들에게 인근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먹였다. 마스크를 한 채 무뚝뚝하기 그지없던 롯데리아 사장의 표정이 쓸데없이 기억에 남는다. 어느덧 뉘엿뉘엿 해지는 대천 앞 바다. 그렇게 큰 맘 먹고 장만한 우리들의 부자 여행도 저물어 갔다.

함께 웃고 놀며 해변에서 먹고 웃고 소리 지르고 뛴 시간. 아주 간만에 각자의 아들들을 살필 수 있었다

"아들들은 훌쩍 자라 있었다."

내 몸 보다 더 휜칠하게 커져 있는 큰 아들은 어느새 따뜻한 온천수를 좋아하는 아재 취향이 되어 있었다. 툭툭 나오는 말 속에 나를 수긍시키는 속 깊은 논리가 담겨 있었다.

어리게만 보였던 둘째 아들은 아직 앳된 모습이 남아 있었지만, 두 밤 자면서 봤던 숙소 티비 영화의 연이은 애정씬을 꽤나 자연스레 볼 수 있더라. (되레 나만 불편?)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목사 친구는 물놀이를 하면서 첫째 아들에게 뽀뽀 세례를 했다. 모처럼 발견한 친구의 진정 행복한 모습이었다. 제법 몸이 커져 도발하는 아들을 물속에 메다 꽂으며 껄껄 웃는 이사 친구 환스도 행복한 아비의 모습이었다.

친구의 제안에 갖게 된 뜻밖의 부자 여행

아빠와 아들. 여행 동무로서
우린 꽤나 가까운 사이가 되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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